우리는 스스로 갈라파고스 경제를 만들 것인가?-정부의 해외 직구 금지령을 보며 드는 생각-

Galápagos

2024.05.16 정부가 [해외 직구 소비자 안전 강화 및 기업 경쟁력 제고 방안]이란 보도자료를 통해 해외 직구를 통한 제품들의 원천 차단을 발표 했습니다.
발표 시점부터 2주도 안 남은 6월 중 시행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은 연내 신속히 개정을 추진한다고 합니다.
정말 급작스러우면서 광범위하고 애매모호(?) 한 발푭니다.

해당 차단 품목은 어린이 제품 34개, 전기·생활용품 34개 환경부 생활화학제품 12개 등 KC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들입니다.

KC 비인증 제품이 국내에 유통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걸 방지한다는 명분엔 충분히 동의하지만 병행수입업자가 아닌 개인이 자가 사용 목적으로 구입하는 것까지 전면적으로 막아버린다는데 그 여파가 큽니다.
당장 해외 구매대행이나 배대지를 (우리 클라이언트 분들- -;) 업으로 하는 사업자들에겐 말 그대로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일입니다.
여기에 현행 150불(미국은 200불)인 면세한도도 하향 조정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.
이미 알리, 테무에게 실 컷 두들겨 맞고 그로기 상태에 있는 관련 사업자들에게 정부가 마지막 카운트 펀치를 제대로(?) 날려주는 모양새입니다.

개별 제품마다 고액의 KC 인증 비용을 내면서 병행수입을 할 수 있는 소규모 사업자가 과연 얼마나 있을는지요?
안 그래도 고물가로 힘든 시기에 그런 부가적인 비용으로 인해 몇 배씩 오른 제품들을 살 소비지가 얼마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.
더군다나 이미 해외 직구의 맛(?)을 봐버린 소비자들을 이런 급작스러운 정책으로 예전처럼 되돌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.

이건 기존 대형 유통업자들만을 위한 정책이 아닌지…

레트로 제품이나 키덜트 완구 수집을 취미 삼아 팍팍한 삶 속에서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것도 사치인가 봅니다.
다분히 알리익스프레스·테무 등을 견제한 정책인 것 같은데 정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게 생겼습니다.

워낙 반대 목소리도 높고 시행이 돼봐야 그 문제점들이 더 적나라하게 나오겠지만 국경 없는 커머스 시대에 역행하는 이런 정책들이 나온다는 게 아쉽습니다.

KC 인중을 내세워 스스로 갈라파고스(Galápagos)의 길로 들어서는 게 아닐지 몹시 우려됩니다.

PS: 포스팅 후 하루 만에 이런 기사가 올라왔네요.. – -;
[속보] 정부, 해외직구 논란에 “80개 품목 일시 · 사전 차단 아니다”…혼선 사과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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